2장.인터넷 표현의 자유

3. 게시물 삭제와 처벌

행정심의기관의 게시물 삭제 등 조치와 별개로 이용자들이 현행법상 불법인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경우 형사처벌을 받는다. 일반 이용자들이 게시물을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죄목은 음란, 명예훼손, 국가보안법 등이고 선거시기에는 공직선거법에 따른 형사처벌이 많다. 금지되는 불법정보에 대해서는 현행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에 열거되어 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제44조의7(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
①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정보를 유통하여서는 아니 된다.

1. 음란한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판매·임대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내용의 정보
2.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이나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
3.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도록 하는 내용의 정보
4.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멸실·변경·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하는 내용의 정보
5. 「청소년 보호법」에 따른 청소년유해매체물로서 상대방의 연령 확인, 표시의무 등 법령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제공하는 내용의 정보
6. 법령에 따라 금지되는 사행행위에 해당하는 내용의 정보
7. 법령에 따라 분류된 비밀 등 국가기밀을 누설하는 내용의 정보
8.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내용의 정보
9. 그 밖에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敎唆) 또는 방조하는 내용의 정보

1999년 불온통신의 단속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되고 학계에서도 이 조항이 위헌이라는 주장이 계속되었다. 정부는 ‘위헌시비를 불식시키기 위하여’ 2000년 통신질서확립법안 공청회에서 ‘불법정보의 금지’ 조항을 도입해 ‘불온통신의 단속’ 조항을 대체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때 불법정보의 개념은 “범죄행위를 목적으로 하거나 범죄행위를 교사 또는 선동하는 내용의 정보 및 기타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의 규정이 금지하는 내용의 정보”라고 포괄적으로 규정하였다(안 제2조). 그리고 “누구든지 불법정보를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일반에게 공개할 것을 목적으로 제작·유통 또는 매개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의무를 두었다(안 제26조). 그러나 통신질서확립법안에 대한 시민사회 반발이 확산되면서 2001년 국회에서 개정안 원안이 축소되어 통과되었고 이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2002년 6월 27일 불온통신의 단속 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이 내려졌다. 규제 공백에 다급해진 정부는 곧바로 ‘불법통신의 금지’ 조항(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7)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위헌결정이 내려지고 겨우 백일 남짓한 10월 11일이었다. 정부는 국회에 붙어있다시피 하며 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촉구하였다. 정부 법안은 11월 4일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를 통과하고 11월 8일 법제사법위원회, 그리고 11월 12일 본회의를 모두 통과하였다. 그야말로 빛과 같은 속도로 처리된 것이었다. ‘불온통신의 단속’을 담당하던 행정심의기관 정보통신윤리위원회(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그 이후 오히려 더 큰 권위를 가지고 ‘불법정보의 금지’ 업무를 실시하고 있다.

2011년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에 열거된 ‘불법정보’의 유형이 광범위하고 모호하여 의사 표현의 자유 행사에 위축 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하여 우려를 표하고 한국 정부에 개선을 권고하였다(A/HRC/17/27/Add.2).

3-1. 명예훼손과 임시조치

명예훼손의 경우 원칙적으로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한다. 그러나 인터넷은 전파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명예훼손 등 피해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행정 심의나 사법적 조치와 별도로 게시판 운영자 등이 게시물에 대해 빠르게 조치를 취하도록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한편 게시판 운영자들이나 인터넷 사업자가 평소에 게시물에 대하여 검열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은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에 중대한 제약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몇몇 국가에서는 권리가 침해된 자가 인터넷 사업자에 해당 게시물의 삭제 등을 요구하였을 때 사업자가 그에 따른 조치를 하면 배상책임을 면해주는 고지 후 삭제(notice & take down)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 이 제도는 ‘임시조치’라는 이름으로 시행되고 있다(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문제는 최근 임시조치가 남발되면서 합법적인 표현물이 삭제되는 일이 급증하였다는 것이다. 현행 법률은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권리자의 요청에 따라 삭제조치를 취한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감면받을 수 있다. 비판대상자의 일방적인 요구만으로도 그에 대한 책임을 면하고픈 인터넷 사업자들은 정치인 등 공인에 대한 비판이나 기업 및 상품에 대한 소비자 불만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삭제하고 있다. 임시조치가 남용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제44조의2(정보의 삭제요청 등)
①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를 목적으로 제공된 정보로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가 침해된 경우 그 침해를 받은 자는 해당 정보를 취급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침해사실을 소명하여 그 정보의 삭제 또는 반박내용의 게재(이하 “삭제등”이라 한다)를 요청할 수 있다.

②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제1항에 따른 해당 정보의 삭제등을 요청받으면 지체 없이 삭제·임시조치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고 즉시 신청인 및 정보게재자에게 알려야 한다. 이 경우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필요한 조치를 한 사실을 해당 게시판에 공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용자가 알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③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자신이 운영·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 제42조에 따른 표시방법을 지키지 아니하는 청소년유해매체물이 게재되어 있거나 제42조의2에 따른 청소년 접근을 제한하는 조치 없이 청소년유해매체물을 광고하는 내용이 전시되어 있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내용을 삭제하여야 한다.

④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제1항에 따른 정보의 삭제요청에도 불구하고 권리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 간에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임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이하 “임시조치”라 한다)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임시조치의 기간은 30일 이내로 한다.

⑤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필요한 조치에 관한 내용·절차 등을 미리 약관에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⑥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자신이 운영·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 유통되는 정보에 대하여 제2항에 따른 필요한 조치를 하면 이로 인한 배상책임을 줄이거나 면제받을 수 있다.

인터넷이용자들의 눈과 입을 막는 이미지

더불어 명예훼손은 형사상 범죄이다. 그런데 사실을 적시할 경우에도 처벌하는 제도가 많은 피해자를 낳고 있다. 사실에 기반하여 공인을 비판하거나 상품에 대한 소비자로서의 불만을 게시하여도 명예훼손 범죄로 의율됨에 따라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제70조(벌칙)
①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 제1항과 제2항의 죄는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2011년 3월 유엔 의사표현의자유 특별보고관은 한국보고서에서 어떠한 진술이 명예훼손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허위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A/HRC/17/27/Add.2). 더불어 △ 공직자들은 일반 시민들 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비판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금지해야 하고 △ 공공의 이익과 연관된 출판물에 내용상 진실을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며 △ 의견 역시 명백히 비합리적 견해를 표현하는 것만이 명예훼손으로 간주되고 △ 모든 요소의 입증 책임은 피고(게시자)보다는 원고에 있으며 △ 명예훼손 소송에 따른 조치로서 사과와 정정은 가능하지만, 형사 제재, 특히 감금은 절대로 안 된다고 강조하였다.

유엔인권이사회는 2011년 일반논평34에서 다른 사람들의 권리와 평판을 존중하기 위하여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때는 신중해야 하며, “이러한 제한이 정치적 토론, 예를 들어 비의무 투표에 대해 투표 거부를 촉구하는 것과 같은 행위 등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였다(CCPR/C/GC/34). 특히 명예훼손법은 적어도 공인에 대한 논평에서 악의가 없었던 허위발언을 처벌하거나 불법화하지 않아야 하며, 각국이 명예훼손을 비범죄화할 것을 고려해야 하고, 어떤 경우에서도 형사법 적용은 가장 심각한 사건에서만 용인되어야 하며, 감금은 절대로 적합한 처벌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하였다.

3-2. 국가보안법

1993년 경부터 PC통신 동호회 게시판에 공산당선언이나 김일성 신년사를 게시한 누리꾼들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고 유죄판결을 받는 일들이 발생했다. 게시자들은 해당 게시물을 서적이나 언론에서 옮겨 게재하였다고 항변하였으나 국가보안법은 매우 자의적인 기준으로 게시자들을 형사처벌 하였으며 이후로도 국가보안법에 의한 인터넷 게시물 삭제 및 게시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계속되어 왔다.

2012년 사진가 박정근씨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북한 계정 ‘우리민족끼리’ 트윗을 리트윗했다는 이유로 구속되었다. 본래 이 트윗은 북한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북한 계정을 리트윗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보안법 위반이었고 2014년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당사자는 오랜 고통을 받았다.

박정근씨 구속사건을 다룬 CNN 홈페이지
박정근씨 구속사건을 다룬 CNN 홈페이지

2011년 6월 29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진보네트워크센터가 호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한총련 홈페이지(http://hcy.jinbo.net)에 대하여 ‘이용해지’를 권고하였다. 경찰청의 요청에 따라 홈페이지를 심의한 결과, 대법원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이적단체로 판결되고 있는 한총련의 행위 등은 사실상 모두 불법이고, 그 안에 이적표현물을 게재하고 있어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불법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였다.

당시 활동은 뜸해졌지만 한총련 홈페이지는 2000년 12월 개설된 이후 역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해 왔다. 진보네트워크센터가 이 권고를 이행하지 않자 8월 18일 방송통신위원회는 “해당 사이트의 이용해지(사이트 폐쇄)를 명하니 2011. 8. 26까지 처리한 후 그 결과를 우리 위원회에 알려달라”고 통보하면서 “기한 내에 처리되지 않을 경우에는 고발 조치되오니 이점 유의하여 주시라”고 덧붙였다.

이에 진보네트워크센터는 행정소송과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국가보안법을 통한 인터넷 검열을 비판하였다. 국가보안법은 유엔의 계속된 폐지 권고에서 볼수 있듯이 시대의 악법으로 지적되어 왔다. 국가가 한총련이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라는 이유로 홈페이지 전체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폐쇄하는 것은 중대한 인권침해라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사법기관이 아니라, 경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와 같은 행정기관이라는 점이 문제라고 보았다. 또 인터넷 이용자의 신원이나 인터넷 사이트에 게재된 내용을 이유로 행정기관이 게시자 당사자가 아니라 인터넷 호스팅을 제공하는 회사 등 인터넷 중개기관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은 헌법적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2015년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차례로 진보네트워크센터의 소송을 기각하였다. 국가보안법에 따라 필요한 조치라는 취지였다.

유엔인권이사회는 2011년 일반논평34에서 국가 안보와 관련 있는 법규정이 국가 안보를 해치지 않는 정당한 공익에 대한 정보를 억압하거나 이러한 정보를 일반 대중으로부터 차단하고, 그러한 정보를 퍼뜨렸다는 이유로 언론인, 연구자, 환경활동가, 인권활동가 등을 기소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면 자유권규약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하였다(CCPR/C/GC/34). 특히 정부 또는 정부가 채택한 정치사회체제에 대해 비판적일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사이트나 정보배급체계가 자료를 발간하지 못하게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것 또한 자유권규약에 부합하지 않는다.

3-3. 선거법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 선거시기 즈음, 널리 확산된 디지털 공간에서 후보자와 정책에 대한 토론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친구들보다 훨씬 더 확대된 청중을 갖게 된 시민 논객들의 발언력은, 제도 언론 만큼 영향력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선거법은 정당·후보자에 대한 시민들의 전자적 발언들을 모조리 ‘선거운동’으로 취급하였다. <’97 정보통신검열백서>에 따르면 1996년 PC통신에 올린 글을 이유로 최소 18명의 통신이용자가 구속되었으며 그중 3명이 기소되었다.

인터넷 이용자의 발언에 선거법을 무리하게 적용하는 데 대한 반발이 커져갔다. 1997년 10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경찰이 50명의 PC통신인을 선거법 위반혐의로 수사중인 것으로 알려지자 나우누리 진보통신모임인 ‘찬우물’은 회원총회에서 통신인 수사를 규탄하는 내용의 특별결의문을 채택하였다. 하이텔 ‘통신자유를위한모임’은 [검열반대] 말머리 달기 캠페인을 전개하였다.

200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UCC물에 대한 운용기준’을 발표하였다. 대통령 선거일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후보자 또는 정당에 대한 지지, 추천, 반대의 내용을 담거나 정당의 명칭이나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UCC를 인터넷에 올리는 경우, 그것이 단순한 의견 개진의 정도를 넘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인정된다면 규제대상이 된다고 하였다. 시민단체들은 헌법소원 청구인을 공개모집하였고 이들은 2007년 9월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고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

공직선거법 개정운동
공직선거법 개정운동

2011년 12월 29일 헌법재판소는 트위터 등 인터넷 선거운동에 한정하여 위헌을 결정하였다. 헌법재판소에서 인터넷 선거운동 금지가 위헌이라고 결정할 때까지, 많은 온라인 발언들이 불법선거운동으로 간주되어 형사처벌을 받았다.

인터넷은 누구나 손쉽게 접근 가능한 매체이고, 이를 이용하는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아니하거나 또는 적어도 상대적으로 매우 저렴하여 선거운동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정치공간으로 평가받고 있고, 오히려 매체의 특성 자체가 ‘기회의 균형성ㆍ투명성ㆍ저비용성의 제고’라는 공직선거법의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는 점, 후보자에 대한 인신공격적 비난이나 허위사실 적시를 통한 비방 등을 직접적으로 금지하고 처벌하는 법률규정은 이미 도입되어 있고 모두 이 사건 법률조항보다 법정형이 높으므로, 결국 허위사실, 비방 등이 포함되지 아니한 정치적 표현만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처벌되는 점, 인터넷의 경우에는 정보를 접하는 수용자 또는 수신자가 그 의사에 반하여 이를 수용하게 되는 것이 아니고 자발적ㆍ적극적으로 이를 선택(클릭)한 경우에 정보를 수용하게 되며, 선거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치적 관심과 열정의 표출을 반드시 부정적으로 볼 것은 아니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선거일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인터넷상 선거와 관련한 정치적 표현 및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후보자 간 경제력 차이에 따른 불균형 및 흑색선전을 통한 부당한 경쟁을 막고, 선거의 평온과 공정을 해하는 결과를 방지한다는 입법목적 달성을 위하여 적합한 수단이라고 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 2011. 12. 29. 2007헌마1001 등

3-4. 허위의통신

2008년 5월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소고기를 수입하는 문제를 두고 촛불시위가 크게 일자, 법무부는 10가지 광우병 ‘괴담’(허위사실)을 선정하며 엄정대응방침을 천명하였다. 수사당국은 곧바로 ‘미국 소고기 수입 반대 동맹 휴업’을 친구들에게 제안한 청소년 1명을 형사입건하였다. 이때 수사당국은 약 25년전 입법후 사문화된 ‘허위의 통신’ 조항을 무리하게 적용하여 형사기소하였다. 이 청소년은 몇년 후에야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구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벌칙)
①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008년 7월에는 “오늘 자정부터 서울특별시 경찰청 소속 제2기동대 전경 일동은 상부의 명령을 무조건 거부할 것입니다”라는 내용의 게시물을 인터넷에 올린 게시자가 긴급 체포되었다. 적용된 죄명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 통신을 했다는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 위반과 서울경찰청 제2기동대 소속 전경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형법상 명예훼손이었다. 2014년 3월, 대법원은 전부무죄로 판결하였다. 허위의 통신은 위헌이고,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도 인정되지 않았다. “불법적인 진압명령에 집단적으로 거부행위를 하겠다는 것이 기동대 소속 전경들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객관적으로 저하시키는 표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정부가 비판적 게시자에 대해 허위의 통신 조항으로 형사기소하고 체포한 사건들은 몇년 후 무죄로 판명이 났다. 그러나 게시자들은 그간 많은 고초를 겪을 수 밖에 없었고 이들의 고난을 지켜본 국민들은 표현 의사가 위축될 수 밖에 없었다. 가장 정점에 섰던 사건은 ‘미네르바’에 대한 구속 사건이다.

2009년 1월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 허위사실 유포전담반은 “정부 당국이 외환에 개입하였다”는 등 정부 경제 정책을 비판하는 게시물을 다수 게시한 경제 블로거 미네르바를 구속하였다. 미네르바 구속 이후 많은 경제 블로거들이 절필을 선언하거나 게시를 중단하는 등 위축 효과가 크게 확산되었다.

2010년 3월 서해에서 발생한 ‘천안함’의 침몰원인을 두고 정부가 ‘북한 폭침설’을 공식화한 가운데 인터넷에서 그와 다른 의견을 담은 게시물들이 다수 게시되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는 해당 게시물들을 삭제하였고 수사당국은 게시자들을 형사입건하였다. 특히 검찰은 휴대전화 문자나 인터넷 메신저로 “전쟁난다”는 문자를 지인들에 보낸 청소년과 대학생, 직장인 등 3명을 형사기소하였다.

2011년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한국 정부에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의 폐지 또는 개정을 권고하였다(A/HRC/17/27/Add.2). “공익을 해할”, “허위의 통신”과 같은 표현이 모호하며, 허위 정보 출판을 이유로 징역형을 부과하는 것은 비례성 원칙에 부합하지 않고,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 정보를 유포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매우 광범위한 제한이라는 것이다.

2010년 12월 헌법재판소는 미네르바의 위헌법률심판제청 등의 사건에 대하여 위헌으로 결정하였다. “공익을 해할 목적”이라는 규정이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이유였다(2008헌바157 결정). 공공 안녕질서에 단순히 유해하다는 이유로 표현행위를 금지시킨다면 반대·소수의견,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정치적 표현 등은 차단되고 다양한 의견은 봉쇄된다는 것을 우려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위헌결정 직후 법무부와 검찰은 크게 반발하며 재입법 추진 방침을 밝혔고 국회에도 유사한 내용의 법안이 계속 발의되어 왔다. 가장 큰 문제는 위헌 결정 이후로도 인터넷에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것을 이유로 한 게시물 삭제와 형사소추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2011년 3월 일본 원전 사고 이후 방사능 물질의 대기 유입에 대한 논란이 일자 정부는 “한국 영토는 편서풍이 불기 때문에 방사능 물질의 유입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공식화하였고, 경찰은 유입 가능성을 다룬 외국 방송 내용을 소개한 인터넷 게시자 1명을 입건하였다. 서울 근교에서 세슘 등 방사능 물질이 실제로 발견된 후 해당 게시자가 형사 기소되지는 않았으나 당시 관련 인터넷 토론은 급격하게 위축되었다. 2011년 7월에는 서울에서 폭우로 인한 피해가 크게 발생하자 경찰이 여당 소속 서울시장을 비판한 게시자들을 수사하겠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자 23일 경찰은 곧바로 ‘세월호 괴담’ 엄정 대처 방침을 발표했다. 악성 유언비어 87건을 적발했고 지방선거 전 대대적 단속을 위해 1,038명의 사이버 경찰을 동원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경찰이 선정한 악성 유언비어 중 상당수가 해경과 현장책임자를 비판하는 내용이었고, 해경이 구조에 적극적이지 않으며 잠수부들의 수색을 막았다거나 산소 주입이 거짓이라는 주장은 이후 사실임이 드러났다. 경찰은 7월에 세월호 실질 선주 유병언씨의 사망 원인을 둘러싼 논란이 일자 그 시신을 감식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발표 내용에 의혹을 제기하는 허위사실에 엄정 대응하겠다고도 밝혔다.

세월호참사진상규명사이트"세월호는 왜"이미지
세월호참사진상규명사이트”세월호는 왜”

평일이었던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7시간 행방이 불투명한 데 대하여 이를 공개하라는 국회와 국민의 요구가 계속되었다. 정부가 ‘대통령의 사생활’이라며 이를 거절하자 인터넷에서는 7시간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계속되었다. 2014년 9월 16일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본인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었다”며 사이버 상의 국론 분열과 폭로성 발언에 대응할 것을 법무부와 검찰에 지시하였고 이틀후인 18일 검찰은 국내 주요 인터넷 포털 사업자와 모바일 메신저 사업자를 참석시킨 가운데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가졌다. 검찰은 ‘허위사실 전담수사팀’을 발족시켜 인터넷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공인’에 대한 허위사실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용자들은 크게 위축되어 국내 카카오톡 메신저로부터 서버가 해외에 있는 텔레그램 메신저로 이전하는 ‘사이버 망명’이 크게 일었으며 그 규모는 2백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었다.

2015년에는 메르스 관련 정부 대응에 대한 비판이 크게 늘자 법무부·검찰·경찰이 앞다퉈 “메르스 괴담 엄단하겠다”며 나섰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관련 인터넷 게시물 심의를 맡았다. 2015년 6월 11일 열린 방통심의위의 통신심의소위원회에선 메르스 관련 인터넷 게시글 심의가 진행되었는데, 이중 경찰청에서 접속차단을 의뢰한 6건 중 5건은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등 정부의 대처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