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인터넷 거버넌스
2.주소자원 거버넌스
인터넷 거버넌스는 주소자원 거버넌스로부터 시작되었다. 전 세계적 네트워크인 인터넷이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규약인 프로토콜의 형성, 도메인 네임과 IP 주소의 분배나 관리 등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전신, 전화 등 통신 관련 국제적인 표준을 정부간 기구인 ITU에서 관장했던 것과 달리, 인터넷 초창기 기술 표준의 제정과 주소자원의 관리는 인터넷 기술자 공동체의 자발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인터넷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일반 이용자에게 개방되었으며 상업화가 이루어지면서 인터넷 주소자원의 관리를 위한 국제적인 기구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그러나 이를 ITU와 같은 정부간 기구에 넘기기를 원하지 않은 미국 정부는 ‘민간 주도’의 거버넌스를 표방하면서 1998년 ICANN을 설립하였다.
ICANN(Internet Corporation for Assigned Names and Numbers, 국제 인터넷 주소 관리 기구)은 개인, 기업, 시민사회, 정부 대표 등이 함께 인터넷 주소자원의 관리와 정책을 담당하는 국제 비영리 기구이다. 국제기구이기는 하지만 유엔(UN)과 같은 정부간 기구는 아니며, 누구나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ICANN의 조직 구조는 설립 이후 변화해 왔는데, 현재 아래와 같은 구조를 갖고 있다. IP 주소, 일반 도메인, 국가도메인을 담당하는 지원기구(Supporting Organization, SO)을 두는 등, 주로 기능에 따른 조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정부가 ‘정부자문위원회(GAC)’라는 형태로 ‘자문’ 위치에 있는 것으로 보아도, 전통적인 정부간 기구와는 차이가 있다. GAC은 ICANN 이사회에 투표권 없는 의석을 하나 차지하고 있다.
ICANN은 주소자원 관리와 관련된 구속력 있는 정책 결정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이사회 – 기능별 지원기구 및 자문기구 – 이해관계자별 위원회의 위계적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개방적인 참여와 절차의 투명성(문서화, 온라인 참여 지원 등), 상향식 정책 결정을 지향하고 있다. ICANN 설립 이후, 도메인 분쟁 조정 절차의 수립, ‘.한국’과 같은 다국어 도메인의 생성, .biz 와 같은 새로운 신규 최상위 도메인의 생성 등 인터넷 주소자원과 관련된 주요 정책 결정이 이루어졌다.
설립당시부터 ICANN은 미국 정부와의 계약 관계로 출발했고, 미국 정부의 감독을 받아 왔다. 미국 정부와의 관계는 ICANN의 정당성과 책임성을 보완하는 수단이기도 했지만, 미국 정부만 그러한 배타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는 것은 비판이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설립 이후, ICANN에 대한 미국 정부의 권한은 계속 약화되어 왔으며, ICANN은 독자적인 정책 형성 절차와 정례적인 평가 절차의 수립, 지역 사무소의 설치를 통한 국제화 등 자신의 정당성, 책임성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해 왔다.
지난 2014년 3월, 미국 정부는 루트 서버에 대한 자신의 관리 권한을 ‘세계 멀티스테이크홀더 커뮤니티(global multistake holder community)’에 이양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2013년, 스노든이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인터넷 대량 감청을 폭로한 이후, 미국 정부에 대한 전 세계적인 비난과 인터넷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쏟아진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후 구체적인 이양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고, 지난 2016년 3월 ICANN 이사회는 ‘IANA 감독권한 이양 제안서( IANA Stewardship Transition Proposal)’를 미국 정부에 제출하였다. (IANA란 루트 서버에 대한 관리를 의미한다.) 이 이양 제안서와 함께, ICANN 책임성 강화 보고서도 논의가 되었고, 그 권고안도 미국 정부에 제출되었는데, 이는 루트서버에 대한 관리 권한이 미국 정부에서 ICANN으로 이양됨에 따라 ICANN의 책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