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의 DNA 채취 요구

질문

노동자입니다. 몇 년 전 노사분쟁이 있었습니다. 사측과 대립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있었고 형사재판을 받았습니다. 얼마 전 형이 확정되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검찰에서 DNA 채취를 해야 하니까 오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자발적으로 채취에 응하지 않으면 영장 발부되고 어차피 채취 당하게 된다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답변

검찰이 연락한 이유는 DNA 채취의 협조를 구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에 응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당사자가 DNA 채취에 동의하지 않으면 검찰에서 영장을 발부 받아 채취를 합니다. 그러나 영장이 발부될지 어떨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검찰이 노동자, 철거민, 장애인, 농민 등에 대해서 채취하러 오라고 요구합니다. 검찰의 이러한 법집행은 DNA법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상세설명

14_문검찰에서 전화나 문서로 DNA를 채취해야 하니 오라고 연락합니다. 어떤 경우이든 검찰 담당자에게 전화를 하는 편이 좋습니다. 그냥 무시하면 DNA 채취 영장을 발부 받아서 올 수도 있습니다. 전화를 하셔서 “변호사와 상의 후 결정하겠다”고 말하시고, 관련 단체 변호사를 통해서 도움을 받으셔야 합니다.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이용및보호에관한법률 제8조(디엔에이감식시료채취영장)
검사는 관할 지방법원 판사(군판사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에게 청구하여 발부받은 영장에 의하여 제5조 또는 제6조에 따른 디엔에이감식시료의 채취대상자로부터 디엔에이감식시료를 채취할 수 있다.
사법경찰관은 검사에게 신청하여 검사의 청구로 관할 지방법원판사가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 제6조에 따른 디엔에이감식시료의 채취대상자로부터 디엔에이감식시료를 채취할 수 있다.
③ 제1항과 제2항의 채취대상자가 동의하는 경우에는 영장 없이 디엔에이감식시료를 채취할 수 있다. 이 경우 미리 채취대상자에게 채취를 거부할 수 있음을 고지하고 서면으로 동의를 받아야 한다.

DNA 채취에 부동의 했다고 해서 영장이 항상 발부되는 것은 아닙니다. 검찰이 동의를 받아서 DNA를 채취하려는 것은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 받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다만, 영장이 발부되면 대응하기 어려워집니다. 되도록 검찰에서 영장을 청구하기 전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2014년 8월 헌법재판소에서 DNA법 합헌 결정을 한 이후, 노조, 인권시민단체 등과 연대해서 DNA 채취의 문제점을 언론에 알리고 공론화 시켜서 검찰의 무분별한 DNA 채취에 맞서고 있습니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 부동의의견서 : 법적인 효력이 있는 문서가 아닙니다. 특별한 양식은 없습니다. 검찰이 DNA 채취대상자가 형사처벌을 받게 된 과정을 살피지 않고 기계적으로 DNA 채취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DNA 채취의 필요성이 없다는 점을 검찰에 설명하는 자료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참고

DNA법 제정이유와 도입과정 
2009년 5월 27일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이용및보호에관한법률 (이하 ‘DNA법’이라 합니다) 제정(안)이 입법예고되었을 때, 법무부장관과 행정안전부장관은 아래와 같이 제정이유를 밝혔습니다. 

“최근 살인, 강간, 방화 등 강력사건의 발생이 크게 증가하고 있고, 그 범죄수법도 연쇄범죄화, 흉포화, 지능화 경향을 띠고 있어 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임. 이러한 강력범죄는 …… 가해자의 범행 습벽에 의해 치밀하고, 잔인하며, 지능적으로 범해지면서 과거에 범행을 저질렀던 자가 다시 범행을 하는 경우가 많음. 디엔에이(DNA) 신원확인정보 데이터베이스 제도는 강력범죄를 저지른 자의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를 미리 확보하여 …… 신속히 범인을 특정ㆍ검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임.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 데이터베이스제도는 …… 인권을 보호하면서도 강력한 범죄 억제 역할을 수행하는 선진제도이므로 도입할 필요가 있음.”

 
DNA법이 제정될 당시 많은 우려가 있었습니다. 국민의 생체정보까지 국가의 통제 하에 두는 것은 감시국가의 빗장을 열어 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NA법이 제정된 것은 조두순 사건 등 강력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였기 때문입니다. DNA법 제정에 찬성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노동분쟁 과정에서 형사처벌을 받은 노동자들의 DNA를 채취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들도 국가 공권력이 입법목적에 맞게 행사될 것이라는 최소한의 신뢰를 바탕에 두고 DNA법 도입에 찬성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노동자, 철거민, 장애인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구조적인 문제에 저항하던 중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들의 DNA까지 수집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누가 대상이 될지 모릅니다. 검찰은 DNA법을 각종 시민사회운동을 억압하는 용도로 악용하고 있습니다. 검찰이 노사분쟁 과정에서 형사처벌을 받은 노동자들의 DNA를 채취하여 관리할 필요성이 전혀 없습니다. 

가족검색 가능성에 대한 우려 

2011년 대검찰청 DNA 수사담당관실과 국과수 등에서 가족검색 가능성에 대해서 공동으로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본인의 DNA 정보가 국가DNA DB에 저장되면 본인을 기준으로 2촌(조부모, 부모, 형제, 자녀, 손자녀)까지 확인이 가능합니다. 

위 기관들이 논문을 작성하며 범죄자의 친족들은 범죄와 연관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합니다. 

“범죄자의 친족들이 범죄와 연관될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는 여럿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반사회적인 부모는 일반적인 부모들에 비해 반사회적인 자식들을 가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패링톤(Farrington) 등은 유죄선고를 받은 아버지가 있는 소년들의 63%가 그들 스스로도 유죄를 선고받았고, 범죄를 저지른 경험이 있는 형제를 가진 소년들의 50%가 유죄를 선고를 받은 반면 범죄력이 없는 형제를 지닌 소년들의 경우는 19%가 유죄선고를 받았다고 하였다. 또한 미국 법무부 조사에 따르면 수감자의 42.8%가 자신 이외에도 수감된 가까운 친족들(예를들어 아버지, 어머니, 오빠, 동생, 자식)이 있다고 한다.” 

DNA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검찰  

DNA법 제8조에서는 DNA를 ‘채취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검찰에서 DNA법 채취 대상범죄로 처벌을 받으면 무조건 ‘채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관련 법령조차 이해하지 못한 일방적 주장입니다. DNA 채취 필요성을 검찰에서 일차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나, 이러한 판단없이 기계적으로 DNA 채취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DNA법 제8조에서 채취대상자의 동의에 의하여 채취할 수 있고 이 경우에 거부할 수 있음을 고지하여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이 조항을 악용하여, 거부할 수 있지만 거부하면 DNA 채취 영장을 청구하여 DNA 채취를 한다는 식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거부권을 고지할 때에는 거부 이후에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채취 이후에는 DNA가 어떻게 관리되는지 등에 관한 상세한 설명이 있어야 하나 이러한 절차를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채취대상자 중 99%가 넘는 사람들이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하고 DNA 채취에 동의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