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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플랫폼 노동의 특성

음식 배달 플랫폼인 배달의민족, 운송 플랫폼인 우버와 타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쿠팡, 영상 콘텐츠 플랫폼인 넷플릭스 등등… 사람들 사이의 소통과 관계 형성에서부터 상품과 서비스의 거래에 이르기까지 플랫폼을 매개로 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 등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플랫폼이다. 플랫폼은 사람과 사람, 물건과 물건을 매끄럽게 연결해주며 편리함을 제공한다. 하지만 플랫폼이 각 부문의 소통, 중개, 거래를 독과점하고 권력화하면서 다양한 사회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플랫폼의 독점력 남용으로 인한 중소업체의 붕괴와 공정경쟁의 훼손, 소비자 권리의 침해, 과도한 개인정보의 수집과 남용 등이 그것이다. 플랫폼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 보장 문제도 새롭게 제기되고 있는 이슈 중의 하나다.

플랫폼을 통해 노동도 매개된다. 배달 노동, 유튜버의 창작 노동, 온라인으로 데이터 가공 작업을 하는 크라우드 워크와 같이 노동의 형태는 다양하다. 그러나 노동감시 측면에서 보았을 때 플랫폼 노동은 몇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다. 앞 장에서 다양한 감시설비별 대응 방안에 대해 설명하였지만, 플랫폼은 그 자체로 감시 시스템이다. 왜냐하면 플랫폼은 그 위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소통과 거래의 데이터화를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생산, 축적,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이 플랫폼의 힘이다. 플랫폼 노동자이든 이용자이든, 아니면 플랫폼에 기대 사업을 하는 사업자이든, 이들의 모든 활동이 플랫폼에 기록되고 언제든 모니터링될 수 있다. 택시나 배달 서비스와 같이 모든 노동 과정 자체가 통제되는 경우도 있다. 전통적인 노동과 달리 플랫폼 노동은 특정한 작업장에 한정되지 않는다. 노동은 특정 업체 내에서뿐만 아니라, 거리와 카페에서, 혹은 노동자의 집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플랫폼을 통한 노동감시 역시 특정 사업장에 국한되지 않으며, 언제 어디에서나 이루어질 수 있다.

플랫폼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는 모종의 알고리즘을 통해 플랫폼 노동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결정을 내리는 데 활용된다. 배달 노동자의 업무가 인공지능AI 알고리즘에 의해 배당되듯이, 누가 어떤 일을 할 것인지를 알고리즘이 결정한다. 해당 노동자가 과거에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했는지, 작업 지시에 대한 거부는 없었는지, 업무 성과에 대한 소비자의 평가는 어떠했는지 등도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평가와 향후 업무 배당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정작 영향을 받는 노동자들은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 수 없다.

〔사례〕 인공지능 배차는 효율적인가

2021년 6월 29일, 라이더유니온은 기자회견을 열어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플랫폼 3사 AI 알고리즘 검증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들은 3일 동안 11명의 라이더가 서울과 부산에서 AI 배차를 100% 수락했을 때, 평소대로 운행했을 때, 교통법규를 준수했을 때 어떠한 차이가 발생하는지 비교·분석하였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AI 배차 시스템에 따라 배달을 한 경우 업무효율이 떨어졌으며 오히려 주행거리가 늘어나 노동강도는 높아지고 수입은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라이더는 AI의 요구를 수락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검증에 참여한 쿠팡이츠 라이더는 둘째 날 자율적으로 거절하면서 배달했다가 계정정지를 당했고, 요기요 라이더는 95% 수락율을 유지하지 않으면 배달 한 건당 1,000원 마이너스, 등급하락 등 불이익을 받는다. 배민의 경우 과도한 거절시 다음에 배차가 지연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고 한다. 라이더유니온은 AI 알고리즘이 효율적이지도 안정적이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이를 거절하는 것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교통법규를 모두 지키면서 배달할 경우 한 건 당 약 30분이 소요되었고, 수익이 3분의 1 내지 2분의 1로 줄었다고 한다. 즉, 이는 교통단속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산업의 문제이자 산업안전보건의 문제라는 것이다.[참세상, 라이더유니온 “배달플랫폼 AI, 노동자 통제·관리 수단으로”, 2021.6.29]

2) 플랫폼 노동감시에 대한 대응 방안

① 기업들은 플랫폼 노동을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할 수 있는 자유롭고 독립적인 노동으로 홍보한다. 이는 이전과 동일한 노동을 하면서도 노동자로서의 임금과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을 은폐한다. 그래서 현재 플랫폼을 기반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노동자로 인정받기 위한 싸움이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고, 여러 국가에서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이는 노동감시의 맥락에서도 중요한데,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취약한 위치에 있는 노동자의 특성을 고려할 때 노동감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집단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근로기준법에 노동감시와 관련한 명시적인 조항은 없지만, 노동조합을 통해 감시설비의 도입 여부 및 요건에 대한 단체협상을 진행할 수 있고, 많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참여법에서 감시설비의 도입을 노사협의회의 의제로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 노동조합 혹은 노사협의회 등을 통한 협의가 어려워지게 된다. 따라서 노동감시에 대한 대응의 맥락에서도 플랫폼 노동자들이 노동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다.

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위한 법적 규율

정부는 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명분으로 2021년 3월,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의 대표발의로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플랫폼 종사자 보호법)’을 발의하였다. 이 법은 플랫폼을 통해 중개 또는 알선 받은 노무를 제공하기 위하여 주로 자신의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보수 등을 받는 사람을 ‘플랫폼 종사자’로 규정하고, 플랫폼을 운영하는 ‘플랫폼 운영자’, 중간 관리업체인 ‘플랫폼 이용 사업자’가 플랫폼 종사자에 대해 갖는 책임과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는 개인정보 보호나 분쟁해결 노력, 플랫폼과 관련한 정보제공의 의무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노동계는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에 반대하고 있다. 노동관계법에 따라 노동자로서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 종사자라는 별도의 개념을 신설하는 것은 오히려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계의 입장은 플랫폼 노동과 같은 다변화하는 고용형태를 반영할 수 있도록 기존 노동관계법을 적용 혹은 개정하라는 것이다. 또한, 플랫폼의 알고리즘 등 정보제공 의무와 관련해서도,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은 플랫폼이 영업 비밀을 명분으로 공개하지 않을 경우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② 노동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든 아니든, 플랫폼의 개인정보 수집에 대해서는 여전히 개인정보보호법이 적용된다. 플랫폼을 통한 개인정보의 수집과 처리도 개인정보 보호원칙을 준수해야 하고 적법한 요건을 갖추어야 하며, 플랫폼 노동자 역시 정보주체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3장과 4장에서 설명한 대응의 원칙과 방안이 플랫폼에 대해서도 거의 대부분 적용된다. 플랫폼 노동자의 개인정보 수집 문제 뿐만 아니라, 플랫폼을 통한 과도하고 불투명한 개인정보 처리 문제에 대해서도 사회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③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노동통제와 감시라는 맥락에서도 플랫폼 알고리즘의 투명성은 매우 중요하다. 자신의 노동과 그 대가가 어떠한 요소와 로직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지 알아야 자신이 플랫폼과 공정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지는 않은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에 노동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관련 자료, 알고리즘 주요 요소와 로직에 대한 공개를 요구해야 한다. 또한 알고리즘 투명성을 의무화하는 법제 개선에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

알고리즘 투명성에 대한 요구

플랫폼 알고리즘에 대한 투명성 요구는 여러 측면에서 제기되고 있다.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논란, 미국의 대선에 영향을 미쳤던 페이스북 –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건과 같이, 플랫폼 알고리즘의 투명성과 공정성은 한 사회의 정치적 여론 형성이나 선거 등 민주주의 체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빅테크 플랫폼의 자사 상품 선호 논란과 같이 공정한 경쟁을 위해 플랫폼의 알고리즘 투명성을 요구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플랫폼의 알고리즘을 비롯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다양한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개인의 특성이나 행동을 분석·예측하는 프로파일링을 수행하고, 개인들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인공지능 시스템을 통해 자동화된 채용, 대출 심사, 복지 혜택 등이 그러한 사례들이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야기할 수 있는 차별과 프라이버시 침해로부터 개인의 기본권을 보호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2절에서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기로 한다.

5장 신기술과 노동감시
2. 인공지능과 노동감시

목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