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반감시와 통신비밀의 보호

5. 노동감시

1996년 국제노동기구(ILO)는 <근로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행동준칙>을 발표하였다. 전자감시를 포함한 노동감시는 사전에 감시 목적, 사유, 기간, 방법, 수집할 정보 등을 알려야 하고 은밀한 감시는 법에 근거가 있거나 범죄행위 등이 있는 경우로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속적 감시는 보건안전이나 재산보호를 위한 경우로 한정되며 전자감시 기술을 도입할 경우 노동자 대표에게 미리 통지하고 협의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환경이 확대되면서 기업들이 디지털 감시 기술을 이용하여 노동자들을 감시하는 경향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CCTV로 근무태도를 감시하고 RFID나 GPS를 이용한 위치추적을 하거나 노동자 개인의 이메일 송수신 내역을 열람하거나 심지어 통신내용을 감시하기도 한다. 노동자가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것은 중대한 정보인권 침해이다.

2004년 노동단체와 시민사회가 함께 발간한 노동자감시 대응 지침서의 표지
2004년 노동단체와 시민사회가 함께 발간한 <노동자감시 대응 지침서>

2015년 어린이집 아동학대를 방지한다는 이유로 보육실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이는 보육 노동자라는 특정직종을 감시하는 최초의 국가입법이라는 점에서 많은 논란을 낳았다. 어린이집 CCTV가 아동의 개인정보 역시 수집하여 유출할 수 있고 아동의 정서적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2015년 10월 7일 KT와 피죤의 노동자들이 스마트폰 감시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국회에서 가졌다. KT에서는 회사가 요구하는 특정앱 설치를 거부하였다는 이유로 한 여성 노동자가 한 달 간의 정직 징계를 받고 원치 않는 곳으로 발령이 났다. 피죤에서는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회사앱 설치를 거부하였다는 이유로 영업활동비 지급이 이루어지지 않는 등 불이익을 받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재가급여전자관리시스템 관련 의견표명에서 요양보호사의 개인휴대폰을 강제하는 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지속적으로 침해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대체 방법을 고려할 것을 의견표명한 바 있다(인권위 2011. 4. 28).

노동조합 가입 여부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특별히 보호받는 민감한 개인정보(제23조)이며 단결권, 파업권을 비롯한 단체행동권, 단체교섭권은 헌법에서 보호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이다. 그러나 작업장이나 노동자들이 사용하는 장비에 설치된 감시 기술이 노동자가 노동조합 활동가와 어떻게 관계를 맺고 노동조합 관련 정보에 어떻게 접근하는지에 대하여 감시하거나 통제하는 것은 정당한 노동권 행사에 대한 제한으로 이어진다. 2002년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사내 컴퓨터에서 노동조합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것을 발전산업 회사 측이 차단한 사건에 대해 ‘부당노동행위’로 판정하였다.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는 공무원노조파업과 관련하여 모든 공공기관에서 공무원노조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없도록 일괄 차단시킨것에 대하여 접속제한조치를 해제할 것을 권고하였다(인권위 2005. 5. 9. 05진인112).

특히 개인을 표적으로 한 감시는 때로 죽음에 이를 정도로 중대한 인권침해로 근절되어야 마땅하다. 2016년 6월 CCTV 감시로 인한 사망이 처음으로 산업재해로 인정되었다.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금속노조 포스코 사내하청지회 이지테크 양OO 분회장의 가족이 신청한 산재보험 청구에 대해 “고인의 사망은 업무상 사망으로 인정한다”고 판정했다. 회사는 양 분회장이 노조 탈퇴를 안했다며 해고를 반복하고 복직 뒤엔 왕따·CCTV 4대로 감시하며 괴롭혔다.

현재 작업장 내 노동자의 개인정보에 대한 권리는 개인정보보호법에서 보호받는다. 개인정보보호법은 노동자와 다른 정보주체의 권리를 다르게 취급하고 있지 않으므로 노동자에게도 개인정보에 대한 결정권을 모두 보장한다. 대화내용의 경우에는 통신비밀보호법, 위치정보의 경우에는 위치정보법에 의해 일반적으로 규율받는다. 2013년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버스회사가 교통사고 증거수집 및 범죄예방의 목적으로 버스 안에 설치한 CCTV를 운전기사의 징계 또는 근무평정의 증거자료로 사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았다(개인정보보호위원회 2013. 5. 27. 결정).

그러나 개인정보에 대한 수집과 이용에 정보주체가 ‘동의’ 여부를 선택하도록 한 규범은 노동현장에서 사실상 강요로 탈바꿈하기 일쑤이다. <근로자 참여 및 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에서는 ‘사업장 내 근로자 감시 설비의 설치’의 경우 30인 이상 사업장의 노사협의회가 협의하여야 할 사항으로 보았지만(제20조), 구체적이지 않고 모호한 규정에 그쳐 있다. 2007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사업장 전자감시에 대하여 특별히 노동자의 정보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법률 규정 마련을 노동부장관에게 권고하였으나 수용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