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망중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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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망중립성(Network Neutrality)은 인터넷 접속 사업자(통신사)가 ‘인터넷으로 전송하는 트래픽을 그 내용, 유형, 송수신자, 이용기기와 상관없이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통신사는 통신망을 통해 전송되는 것이 메일인지 동영상인지, 혹은 PC로 이용하는지 스마트폰으로 이용하는지 등과 상관없이 동등하게 전송하는 ‘도관’의 역할만 하라는 것이다. 전기 콘센트에 세탁기가 연결되는지, TV 제조사는 어디인지, 냉장고의 성능은 어떠한지 전력회사가 상관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애초에 인터넷은 그렇게 설계되었는데, 이를 인터넷의 단대단(end-to-end) 원칙이라고 한다. 망 자체는 데이터를 전송하는 단순한 역할만 하고, 모든 지능은 단말(컴퓨터와 애플리케이션)에 두는 방식을 의미한다. (1981년, Jerome Saltzer, David Reed, David Clark) 이와 같은 원칙은 인터넷의 자유와 혁신을 가져온 원동력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인터넷의 물리적인 망은 KT, SKT, LGU+ 등 민간 사업자들이 소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통신 규약인 TCP/IP 프로토콜이 개방되어 있고, 단대단 원칙에 따라 운영되었기에 누구나 인터넷 상의 애플리케이션이나 콘텐츠를 개발하고 제공할 수 있었다.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네트워크를 소유하거나 망사업자의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었기에 참여를 위한 장벽이 매우 낮았고, 이에 따라 인터넷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의 빠른 혁신이 가능해졌다. 신문이나 방송과 같이 편집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블로그나 홈페이지를 통해서 자신이 갖고 있는 정보를 공유하거나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망중립성 개념을 처음 제시했던, 미국 콜롬비아 법대 팀우(Tim Wu) 교수는 “망중립성은 네트워크 디자인의 원칙이다. 이는 공중 인터넷(public internet)이 모든 콘텐츠, 사이트, 플랫폼을 공정하게 다루었을 때 그 유용성이 극대화된다는 생각에 기반한다. 이는 네트워크가 모든 종류의 정보와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아이폰 도입 전후의 한국의 무선인터넷 이용 환경을 비교해보면 망중립성 원칙의 중요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아이폰 도입 전에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이용하려면 통신사의 관문을 거쳐야 했다. 핸드폰으로 통신사가 설정한 관문에 접속하면 통신사가 제공하는 메뉴들이 나온다. 이용자들은 통신사가 제공하는 제한된 콘텐츠를 이용해야했고, 콘텐츠 제공자들은 메뉴의 좋은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통신사들에 의존해야 했다. 와이파이가 가능한 핸드폰도 공급되지 않았다. 무선인터넷 이용 요금도 비쌌기 때문에 별로 무선인터넷을 이용하는 이용자들이 없었다.

그러나 아이폰 도입 이후에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굳이 통신사의 관문을 통하지 않고도 3G/LTE나 와이파이를 이용해 인터넷에 바로 접속할 수 있게 되었다. 애플리케이션 제작 업체들도 통신사의 허락을 받을 필요없이 자신이 원하는 ‘앱’을 만들어 앱스토어를 통해 제공할 수 있게 되었고, 다양한 앱들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무선인터넷 이용이 활성화되었으며, 이에 따라 이용 요금도 하락하기 시작했다. 만일 누군가 중앙에서 어떤 앱들은 되고, 어떤 앱들은 안된다고 통제했다면 인터넷의 다양한 혁신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