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망중립성

3.국제 동향

당연히 망중립성이 우리나라에서만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망중립성 논란이 불거진 것은 미국에서였다. 각 국 별로 규제 논의가 진행되던 유럽은 유럽 단일 시장을 강화하는 흐름에 따라 유럽 차원의 법제화가 추진되고 있다. 여전히 망에 대한 접근 문제가 중요한 개발도상국에서는 최근 ‘제로 레이팅’ 이슈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인터넷거버넌스포럼과 같은 국제 포럼에서도 망중립성 이슈가 핵심 이슈의 하나로 논의되고 있다.

3-1. 미국

미국에서도 통신사들이 무선인터넷전화(mVoIP)나 P2P 등을 차단하면서 망중립성이 이슈가 되었다. 사회적인 논란이 커지자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2010년 12월 21일, <오픈 인터넷 규칙(Open Internet Rules)>을 발표하게 된다. 이 규칙은 투명성(Transparency), 접속차단 금지(No Blocking), 불합리한 차별 금지(No Unreasonable Discrimination)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접속차단 금지 및 불합리한 차별금지 원칙은 ‘합리적인 네트워크 관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런데 미국 통신업체인 버라이즌(Verizon)이 FCC가 이러한 규제를 할 권한이 없다는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2014년 4월 항소법원은 버라이즌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이는 FCC의 오픈 인터넷 규칙이 잘못된 것이라는 결정이 아니라, FCC가 ‘정보 서비스’ 사업자에게 그러한 규제를 할 권한이 있는가에 대한 결정이었을 뿐이다. 미국의 통신 규제 체제는 한국과 다른데, 한국에서는 인터넷 접속 사업자가 기간통신사업자로서 정부의 강력한 규제를 받지만, 미국에서는 ‘정보 서비스(information service, Title I)’로 분류되어 한국의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은 부가통신 사업자로 취급되어 ‘통신 서비스’와 달리 사업자에 대한 별다른 규제도 없고 FCC의 규제 권한도 미약했기 때문이다.

결국 FCC는 미국 시민사회의 요구대로 정공법을 택했다. 지난 2015년 2월 26일, FCC는 오픈 인터넷 규칙을 다시 통과시켰는데, 이번에는 유무선 인터넷 접속 서비스 제공자(broadband provider)를 미국 통신법 상 ‘통신 서비스(telecommunication service, Title II)’로 재분류하여, FCC가 망중립성 규제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2010년의 규칙과 달리 모바일 사업자에게도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였다. 2015년 3월 23일, 미국의 통신사들은 다시 FC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들은 FCC가 유무선 인터넷 접속서비스 제공자를 재분류한 것은 FCC 권한을 넘은 것이라 주장하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법원이 FCC의 손을 들어주었다. 2016년 6월 14일, 미 연방 항소법원은 FCC의 오픈 인터넷 규칙에 대해 합법 판결을 내렸다.

3-2. 유럽

유럽은 통신시장 경쟁이 미국보다 훨씬 경쟁적이기 때문에 사전 규제에는 유보적이었다. 다만, 각 국가 별로 망중립성 규제를 검토하였는데, 2012년 6월 4일 네덜란드는 유럽에서는 첫 번째로, 세계적으로는 칠레에 이어 두 번째로 망중립성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유럽 단일시장 논의에 맞추어 2013년부터 유럽연합 차원의 망중립성 법제화 논의가 시작되었다. 2013년 9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통신 단일시장 규칙(Telecommunications Single Market Regulation)을 제안했는데, 이 규칙에는 망중립성 관련 내용이 (제한적인 형태로) 포함되어 있다. 2014년 5월, 총선거를 한 달 앞두고 유럽 의회는 EC 망중립성 규칙 제안서의 허점을 보완한 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2015년 3월 유럽연합 이사회(Council of European Union)의 합의는 망중립성 관련 규정을 삭제하는 등 EC의 제안보다 더 후퇴한 것이었다. 결국 EC, 유럽의회, 유럽연합 이사회는 3자 협의를 거쳐서 EU 규칙에 합의하였고, 10월 유럽의회는 이를 통과시켰다. 합의된 EU 규칙은 망중립성을 포함하고 있지만, 모호한 용어를 사용하여 그 효과를 약화시킬 많은 허점을 갖고 있다고 비판받고 있다. 유럽연합의 통신 규제기관인 BEREC은 2016년 8월까지 법의 모호함을 해석할 가이드라인을 만들 예정이다.

3-3. 국제적 논의 및 시민사회의 대응

2013년 인터넷거버넌스포럼(Internet Governance Forum) 내에 망중립성 이슈를 주제로 한 ‘역동적 연합(Dynamic Coalition)’이 만들어졌다. (http://www.networkneutrality.info/) 인터넷거버넌스포럼은 인터넷 거버넌스와 관련된 다양한 이슈들에 대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정책 대화의 촉진을 목적으로 유엔이 매해 개최하는 국제 포럼이며, ‘역동적 연합’은 특정 이슈와 관련된 일상적 토론이나 권고안과 같은 구체적인 결과물을 산출하기 위한 일종의 작업반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 기업,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로 구성된다. ‘망중립성 역동적 연합’은 2013년 각 국의 망중립성 관련 법률의 모델이 될 수 있는 <망중립성 모델 프레임워크>를 발표하였다.

2013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망중립성 옹호를 위한 시민사회의 연대 활동을 위해 ‘세계 망중립성 연합(Global Net Neutrality Coalition)’이 출범하기도 했다. 연합은 세계 각 국의 망중립성 규제 현황을 제공하고 있으며, 망중립성 옹호를 위한 공동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다. (https://www.thisisnetneutrality.org)

세계 망중립성 규제 현황을 보여주는 지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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